안녕하세요.

동장군의 기세에 마음까지 움츠러드는 요즘, 다들 어떻게 지내시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작년 11월 푸드비엔날레를 마지막으로 어려운 시기를 묵묵히 이겨내는 분들께 새해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어느덧 2011년 2월을 맞이했습니다.

12월, 1월, 2월 벌써 석 달이 흘렀습니다.

어린아이라면 부쩍 자랄 만큼의 시간이고

농작물이라면 단단히 여물어 빛깔을 뽑낼 만큼의 시간이네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AI 및 구제역의 기세는 멈출 줄 모르고 시간만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중순에는 2월 말쯤이면 수업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2월 끝 자락이면 우리가 활기차게 웃으며 만날 수 있을거라구요.

만약에.. 혹시라도.. 하는 나쁜 생각이 현실로 닥칠까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월의 수업일정을 잡았건만, 무심하게도 우리의 바람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가는 축산농가와 영동지방의 폭설로 함께 무너져버렸습니다.

사무국도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이 많았습니다. 워낙 기세등등한 구제역과 자연의 섭리를 되새기며 앞으로 어찌해야 할 지 말입니다.

2월 중순인 오늘까지 상황을 지켜본 끝에 사무국에서는 2월 수업을 3월로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또한 일본으로의 선진지 벤치마킹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선진지 벤치마킹은 일본 푸덱스 방문과 시즈오카현 농업인과의 교류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의 축산업이 흔들리는 지금시점에서 일본과 한국의 교류가 혹여나 또 다른 문제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고민 끝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2011년의 가을 즈음, 우리만의 졸업여행을 계획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수업은 3월의 둘째주(11, 12, 13일)과 넷째주(25, 26, 27일)에 각각 2박3일로 진행하며 그동안 꾹꾹 눌러놓았던 마음을 한꺼번에 풀어보고자 합니다. 아마 3월은 정보교류에서 나아가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고 인생의 친구를 만드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사무국으로는 많은 문의전화가 옵니다.

“벤처대 수업이 이달에는 진행됩니까?” 강의를 약속한 교수님들과, 신문매체, 각종 기관에서 걱정 섞인 말투로 전화를 주시죠.

그리고 가장 감사한 것은 매달 진행돼야 할 수업이 취소가 되어도 묵묵히 기다려주시는 한국벤처농업대학, 대학원, 예비농업스쿨의 학우님들입니다.

수업 진행이 자주 변경되고, 늦춰져도 서로의 안부를 먼저 물으며 혹시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까 따뜻한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몇 개 농가에서 시작된 소, 돼지의 살처분이 이제 300만두를 넘겨 예상치도 못한 곳까지 번져 유사이래 축산업 최고의 대재앙 앞에 사무국과 벤처농업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빠른 속도로 번지는 병을 우리가 전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쌍하게 죽어나가는 새끼돼지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고 걷는 가축들의 모습에 인간의 한계를 느끼면서 동시에 앞으로 농촌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슬기와 지혜가 빛나죠. 우리의 지혜가 우리농업의 빛이 되어 퍼져나가길 바라면서 3월 수업을 기약합니다.

사무국에서는 2배 즐겁고, 2배의 정성 담긴 수업으로 모든 학우님들께 마음으로 다가서도록 4배 노력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실거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