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구역 확대와 중앙회장 간선제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16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농협은 새로운 지배 구조와 운영 틀로 거듭나게 됐다. 농협은 지난 1961년 옛 농협과 농업은행의 통합 출범 이후 1982년 단위조합과 중앙회라는 2단계 구조 개편, 1988년 중앙회장 조합장 직선제 도입, 2000년 농협중앙회와 축협중앙회 통합 등 수많은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왔다.

◆의미=이번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은 조합과 중앙회의 운영 구조를 바꾸고 중앙회장 선거제도를 개편한 것이다.

먼저 조합은 지역농협의 설립 구역을 현행 읍·면 단위에서 시·군·구로 확대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 규모를 가진 조합의 조합장을 비상임화해 지역농협의 경쟁력 강화와 조합 운영의 전문성 제고를 꾀하고 있다. 지역농협의 설립 구역 확대는 정관 변경을 통해 구역을 동일 시·군·구로 넓혀 상호 경쟁을 통한 조합원과 고객 서비스 질 향상을 유도하는 동시에 조합원에게는 조합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지역농협의 규모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규모(자산 총액) 2,500억원 이상인 조합(2008년 말 기준 208개)부터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하고 신용 및 공제사업은 상임이사가 담당토록 한 것 역시 규모화에 따른 조합 운영의 전문성 제고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중앙회장 대의원회 간선과 단임제, 인사추천위원회 도입은 ‘이사회 중심’이라는 새로운 중앙회 운영 구조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중앙회장을 비롯한 각 사업담당 대표이사는 물론 감사위원 및 조합감사위원장까지 중앙회 임원 전원을 대의원회에서 선출토록 함으로써 총회를 갈음해 운영하는 대의원회가 명실상부한 최고 기구로 자리 잡도록 했다.

기능과 권한이 대폭 강화된 이사회 역시 정원의 과반수 이상을 회원조합 조합장 이사로 구성토록 함으로써 조합과 조합원 중심의 중앙회 운영을 한층 더 강화토록 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 내에 사업담당 대표이사의 추천권을 쥔 인사추천위원회를 두도록 한 것은 중앙회장 간선 및 단임제와 맞물려 중앙회를 회장이 아닌 이사회 중심의 운영 구조로 변화한다는 의미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988년 민주농협 출범과 함께 상징적 의미로 도입됐던 중앙회장 조합장 직선제는 대의원 간선제 전환으로 2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2004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 내 기구로 전환됐던 감사위원회를 다시 독립기구로 분리시킨 것은 미국식 ‘내부 통제형’ 감사 제도를 5년 만에 ‘집행부 견제’에 무게를 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린 조치로 이해되고 있다.

또 논란이 많았던 축산경제 대표이사의 선출은 결국 인사추천위원회를 대신하는 축협조합장대표자회의의 추천을 거쳐 대의원회에서 선출토록 해 농업경제 등 다른 사업담당 대표이사들과의 선출 과정에서 동질성을 유지토록 했다.

◆과제=지역농협 설립 구역 확대와 관련해 5개 조항에 달하는 부작용 방지 대책은 녹록지 않을 초기 운영을 대변하고 있다.

조합원에 대한 지역농협 선택권 확대는 지역농협 입장에서는 무한 경쟁을 의미한다. 물론 ‘철새조합원’과 지·사무소 설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조합원 재가입 기간을 제한하고 확대된 구역의 지·사무소 설치에는 중앙회장의 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선의(善意)’를 담보로 한 부작용 방지 대책이 얼마나 효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사업 규모 2,500억원 이상 조합의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운영토록 의무화하면서 비상임 조합장이 교육지원과 경제사업 등의 업무 집행권을 가질 수 있게 함으로써 예상되는 상임이사와의 업무 마찰에 따른 조율 장치 등 보완책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소지역 단위에서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한 상임이사 추천이 경영의 전문성 강화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좀더 정밀한 운영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조합공동사업법인에 대한 출자자 범위 확대와 약정조합원 우대 제도 등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 역시 현실적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 개정을 둘러싼 많은 논란을 겪으면서도 정부가 입법 예고(1월16일)를 한 지 꼭 석달(4월16일) 만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은 확보했다.

하지만 빠르면 올 하반기쯤 사업구조개편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이 예정돼 있다. 그러므로 이와 연계해 일부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타당성 결여 지적은 향후 농협법 개정에 나설 정부와 국회가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한형수 기자 hsha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