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개발용지 공급을 쉽게 하기 위해 농업진흥지역의 행위제한과 개발허가 절차 등이 담긴 농지법 규정을 국토계획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농지 난개발을 우려한 농업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관련 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업진흥지역 및 보전산지의 지정기준과 절차, 행위제한, 개발허가 절차 등이 포함된 농지법과 산지관리법 규정을 국토계획법으로 일원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 과정에서 부처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이 같은 안건을 상정, 관철시킨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농업계 관계자들은 “농업진흥지역이 아니더라도 개발용 토지 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국토해양부가 사실상의 ‘농지개발권’을 가져가면 농지 난개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계획법에 따라 용도지역으로 구분된 4개 지역(도시·관리·농림·자연환경보전지역) 중 즉시 공급 가능한 도시·관리지역 안의 농지와 산지는 200만㏊로, 2020년까지 필요한 개발용지(30만㏊)는 충분하다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농지와 산지 개발이 중단된 것도 아니다. 매년 2만5,000㏊ 정도의 농지와 산지가 개발용지로 전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농업진흥지역 12만㏊(여의도 면적의 약 400배)와 보전산지 10만㏊가 개발용지로 공급됐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농업진흥지역은 전체 농지(176만㏊)의 46％인 82만㏊에 불과하고, 전체 농지면적도 전 국토의 17％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토 및 인구대비 농지면적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많은 나라가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농지를 관리하듯 우리도 최소한의 농업생산 기반유지 차원에서 농업진흥지역 만큼은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도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농업진흥지역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것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농업환경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전제한 뒤 “농지규제가 지금보다 더 완화되면 농촌이 투기장으로 변하고 식량주권도 흔들릴 수 있다”며 국토해양부의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