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왜 식품산업에 주목하고 있는가. 쌀·밀가격 급등에 따른 식료품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블루오션 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산업보다 더 큰 ‘식품산업’은 우리의 ‘농식품’에도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농촌 회생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로컬푸드(local food·지역 먹을거리)’를 비롯한 ‘안전식품’ ‘급식문화’ ‘식품 클러스터’ 등을 기획시리즈로 소개하며 발전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계는 ‘식품 전쟁터’=다국적 컨설팅업체인 AT커니는 세계 식품산업 규모를 2010년에 약 4,285조원, 2020년에는 6,200조원으로 내다봤다. 김홍국 ㈜하림 회장도 “세계적으로 성장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4,000조원이 넘는 식품산업이며, 우리나라도 식품산업 시장 규모가 이미 반도체·자동차산업을 능가했다”며 “농업이 2·3차 산업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얼마 전 한식을 10년 안에 ‘세계 5대 음식’ 반열에 올리겠다고 밝힌 것도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일본이 세계 일식 인구를 현재 6억여명 수준에서 2010년까지 12억명으로 늘린다는 ‘일식 인구 배증 계획’을 세웠고,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음식산업을 미래 10대 성장산업으로 지정, 육성키로 했다.

◆우리 농식품의 가능성은=김치·불고기·비빔밥·전통주·고려인삼 등은 이미 ‘글로벌 음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세계는 우리 음식을 ‘웰빙식품’으로 인정하는데도 우리 스스로는 이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것이 흠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건강잡지인 〈헬스〉가 세계 건강식품 ‘베스트 5’에 김치를 올렸고, 이번에 우주인 식단에 고추장·홍삼차·된장국 등이 낙점받은 것을 보더라도 우리 농식품의 세계화 전망은 밝다는 것이다.

일본의 향토 음식인 ‘스시(초밥)’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자국의 음식에 대한 자긍심에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 확대, 현지화에 성공한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정착된 베트남 쌀국수 역시 맛과 향을 우리의 취향에 맞춘 ‘현지화’를 한 때문이다. 가야금이나 창을 공연하며, 도자기에 담긴 우리 음식을 세계에 선보이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현재 국내 식품산업 규모는 약 140조원(농어업 생산액 42조원 포함). 정부는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는 농업을 가공·유통까지 이어지도록 연관 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고 있어 농식품산업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식량자급률이 낮은 상태에서 식품산업의 외형만 커질 경우 수입 원료 급증으로 농업·농촌 경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제철에 나는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음식에 역사·문화·이야기 등이 어우러질 때 우리 농식품은 희망이 있다”며 “무언가 흥미롭고 특색 있는 농식품을 개발하는 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백년 묵은 장을 ‘앤티크(고예술품) 농산물’로 가치를 높이는 시도는 희망적이다. 김진흥 한국농어업예술위원회 상임위원장은 “350년 된 종자장의 종균을 햇장에 이식배양해서 만든 간장이 10배 이상 높은 값을 받았다”며 “현재 이런 작업을 국내는 물론 세계의 모든 발효식품과 음료에도 적용하기 위해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한국적인 식품이 가장 세계적인 식품’이 된다는 평범한 말은 우리뿐 아니라 5대 음식 국가인 프랑스·이탈리아·일본·중국·태국에서도 지금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최인석 기자 ischo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