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거래계약서’추진

대형 유통업체와 산지 농가 간 거래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불공정 거래를 시정하기 위해 농산물 거래에 ‘표준거래계약서’가 도입된다.

24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와 aT는 농촌경제연구소에 대형 유통업체와 산지 농가 사이에 이뤄지는 과일ㆍ채소 등 농산물 거래에 표준거래계약서를 도입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 결과는 이르면 1월 말께 나오며, 용역 결과를 반영한 정책 마련 및 관련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2월 말께부터 유통업체와 산지 농가는 표준거래계약서를 통해 과일이나 채소 거래를 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유통구조가 비슷한 과일ㆍ채소 등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연구용역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유통구조가 다소 복잡한 수산물과 축산물 거래까지 도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유통업체와 산지 농가 간 거래에 표준계약서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유통업체들이 구매력을 이용해 산지 농가에 무리한 요구를 관행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유통업체의 파워에 밀려 산지 농가가 납품하는 농산물 가격 수준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되는 데다 각종 할인행사, 시식행사 등에 드는 비용까지 산지 농가가 떠맡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농산물의 특성상 반품이 될 경우 다시 유통시키기 힘든데, 일부 유통업체들은 설, 추석 등 명절이 지난 뒤 남은 물품에 대해 반품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금 결제와 물품 인ㆍ수도, 반품 관련 규정이 포함된 표준거래계약서가 도입되면 유통업체와 산지 농가 간에 이뤄졌던 불공정 거래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표준계약서를 만들어도 유통업체와 농가 간 거래에 계약서 사용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표준계약서를 ‘표준약관’으로 인증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공정위가 농산물 표준계약서를 인증하게 되면, 유통업체들은 농산물 거래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감시를 받게 된다.

aT 관계자는 “현재 대형 유통업체별로 별도의 계약서 양식을 가지고 농산물 거래를 하고 있다”며 “표준거래계약서 도입으로 농산물 거래상 불공정 거래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

출처: 해럴드경제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