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뉴스가 전국을 잇따라 강타한 한해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은 전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됐고, 국제 곡물값 폭등은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리는데 일조했다. 또 중국발 멜라민 파동은 식품의 안전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으며, 쌀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는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로 불거지면서 농심을 멍들게 했다.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올 한해 농민신문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정리=오영채 기자 karisma@nongmin.com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4월18일 한·미 양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제한을 단계적으로 풀어 수입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농업계와 시민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결정의 부당성과 광우병의 위험성을 들어 정부에 대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집회에 나섰다. 정부는 국민의 여론을 수렴,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벌여 6월20일 ‘30개월 이상 수입금지’를 업체 자율에 맡기는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타결시켰다. 이에 따라 7월1일 미국산 쇠고기가 첫 시중판매됐고, 11월25일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도 판매에 가세하게 됐다.

●쌀 직불금 부당수령 파문

10월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직불금을 부당하게 타내려 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정작 피해 당사자인 농민들은 임차권 박탈을 우려해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국회는 11월10일부터 12월23일까지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수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했지만, 증인 채택 문제 등을 놓고 파행을 거듭하면서 대안 제시에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농식품부 탄생

이명박 정부가 2월25일 대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화려하게 돛을 올렸다.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농림부는 식품과 수산을 아우르는 ‘농림수산식품부’로 탄생했다. 농식품부의 위상 변화는 총 생산액에서 나타났다. 농림부 당시 42조원에 불과했던 생산액은 식품(100조원)과 수산(10조원)이 합쳐지면서 152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외식산업까지 편입되면서 식품산업과 연계된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쌀 단위면적당 생산량 역대 최대

벼농사가 대풍(大豊)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전체 쌀 생산량은 484만3,000t. 작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보다 9.9％ 늘었으며, 2004년의 500만t 이래 가장 많았다. 10a(300평)당 쌀 수확량은 520㎏으로 역대 최고 기록인 1997년의 518㎏을 11년 만에 갈아치웠다. 날씨가 좋아 병해충 피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상 유례없는 풍년기근을 일으켜 오이와 가지, 가을배추와 무 등이 산지폐기를 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멜라민 파동과 식품안전성 대두

8월 중국발 멜라민 파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지구촌에 식품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멜라민 파동은 중국에서 멜라민 오염 분유를 먹은 영·유아의 사망으로 표면화됐다. 그 후 중국으로부터 유제품과 식가공품·원료를 수입한 나라들에서까지 피해가 나타나면서, 식품안전에 경종을 울리게 됐다. 국내에서도 총 13종의 대형 제과업체 과자 등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먹을거리의 안전성 확보와 당국의 검역체계에 대해 국민적 불신이 가중됐다.

●고유가 시대 농가 경영난 심화

국제 유가가 중동지역의 불안한 정세와 달러화 가치의 하락 등으로 연초부터 급등했다. 유가는 한때 1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며 세계경제 침체의 단초를 제공했다. 국내에서는 고유가로 면세유가격이 2배 이상 오른데다 농약·비료 등 농자재가격과 물류비까지 상승하면서 농가들의 경영난이 가중됐다. 국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면세유가격이 30％ 오를 경우 경영비는 7~13％ 상승하고 소득은 5~1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곡물값 폭등…식량안보 대두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전으로 식량 수요는 늘었지만 바이오연료의 사용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올 1·4분기에만 쌀·밀 등 필수 곡물가격이 53％ 치솟으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25개국에서 대규모 폭동사태가 일어났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경작지 감소와 토질 악화, 인구 급증, 자연재해 등이 겹쳐 세계 인구의 25％인 15억명이 식량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확대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불거진 국민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7월8일부터 쇠고기는 모든 음식점을, 쌀은 100㎡(30평) 이상 음식점을 대상으로 원산지표시제가 시행됐다. 또 12월22일부터는 돼지고기·닭고기·배추김치도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해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알 권리를 강화했다. 그러나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거나 허위표시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류인플루엔자(AI) 전국 확산

4월1일 전북 김제에서 발생한 AI가 전남과 충북, 서울까지 전파돼 전국적인 파문이 일었다. 특히 겨울철에만 발생하던 AI가 올해는 봄철에 발생해 양계농가와 방역당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올해 AI는 42일 동안 전국 11개 시·도(19개 시·군·구)에서 33건이 발생, 닭·오리 등 가금류 813만8,000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액만 6,488억원에 달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8월15일자로 AI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농지규제 완화

새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과제 중 하나는 농지·산지에 대한 규제 완화였다. 이를 반영하듯 3월 초에는 ‘농업진흥지역 대체농지 지정제’ 폐지와 농지·산지의 전용허가권 지자체 이양 등이 발표돼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또 11월에는 농업적 가치가 낮은 농지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6만5,000㏊ 규모의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을 해제했다. 정부는 11월28일 농지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농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