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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된장, 간장 하면 이젠 영월…백화점 명품관서만 팔 거드래요” |
| 글쓴이 |
웹지기 |
날짜 |
2007.09.28 |
조회수 |
15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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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많고, 고개도 많은 두메 산골 강원도 영월군(寧越郡). 불과 반세기 전
만 해도 우리나라 근대 산업의 발생지라 일컬어질 만큼 화려한 위용을 자랑
했던 걸 생각하면 현재 영월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영월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명품 된장·간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걸고, 발 빠
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자가 찾아 간 이 지역 ‘영월농협 장류 공장’은 이 같
은 영월의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2년의 시간이 걸려 이제 첫 선을 보이기 시작한 명품 된장, 간장은
최계경 고문이 운영하는 계경목장을 통해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명품이란 타이틀을 내걸려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 전 과정을
소비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영농일지에는 종자를 신청한 날짜부터
경운기로 깊이갈이를 시작한 날짜, 김매기를 한 날짜 등이 세세하게 적혀
있다.
지난달 20일 영월농협 장류 공장. 아침부터 공장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
다. 오전 9시가 되자 출근한 직원들이 하나, 둘씩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물
에 불려 놓은 콩부터 찌기 시작한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되던 작업이 끝나자,
남자 직원들은 분말을 만들고, 여자 직원들은 된장·간장을 병에 담는 포장
작업을 시작한다. 오후가 되자 포장 작업이 끝난 간장·된장이 지게차에 실
려 트럭으로 옮겨진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이 같은 작업은 오후 6시가 지나서도 끝날 줄을 모른
다. 비상주 인원까지 총 18명이 근무하는 공장이지만 손이 모자랄 지경이
다. 얼핏 보면 전 과정이 자동화된 것처럼 보이는 현대적인 시설이나, 속을
들여다 보면 사람 손이 가는 과정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장류 공장에 근무하고 있는 윤영식 대리는 “공장 초기에는 전체 과정을 자
동화시켰으나, 최근 들어 일부 과정을 다시 수동화 시킨 상황”이라며 “재래
식 공정을 그대로 작업에 적용시키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생산하는 제
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깊은 맛이 우러난다”고 말했다.
윤 대리의 손에 이끌려 장독 속 간장을 살짝 맛을 보니 왜 그리 자신감을 보
이는 지 알 것 같다. 짭짤한 맛의 간장은 기존 간장과 달리 깊으면서도 맑
은 맛이 우러나 있었다.
윤 대리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영월에서 나오는 콩 자체가 맛있기 때문”이
라며 “똑같은 공정으로 다른 지역 콩을 써서 담근 적도 있으나, 이런 맛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원래는 4∼6월 사이가 가장 바빠야 하는
게 정상이나, 워낙 많은 주문이 밀려 있어 11월에 해야 할 작업이 여태 밀려
있기 때문이란다.
윤 대리는 “장류 공장은 된장을 버무리거나, 장을 담그는 4월이 가장 바쁠
때”라며 “하지만 워낙 많은 양의 주문이 밀려 있다 보니 11월에 끝났어야
될 일들을 지금까지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 하루에 담그는 된장만 약 2.4t 규모. 된장은 900g·3Kg으로 각
각 포장되어 외지로 나가고 있다. 주문이 있을 때만 생산되는 간장도 하루
에 1t 이상씩은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윤 대리는 “최고 재료로 최고 명품을
만든다는 생각에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작업하기 때문에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명품 된장과 간장이 탄생하게 됐다”면서 “하루하루 바쁘지만 일하
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참 장맛 내기 위해 자동화 공장을 수동화로
영월은 지역적인 조건만 따져봤을 때 장류의 메카로서 손색이 없는 곳으로
꼽힌다. 장류의 기본 재료가 되는 콩의 재배지로서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콩 재배에 적합한 석회암 지대인 데다 강수량·온도 등에서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천혜의 자연 조건을 등
에 업고 생산되는 토종야콩이 명품 장류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이처럼 영월이 된장·간장의 메카로서의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당시 NH프랜차이즈 최계경 고문이 지역의 특산물인 콩을 이용하
여 명품 된장·간장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던 게 시초가 됐다.
하지만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콩을 재배하려 해도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
던 상황이었다.
농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은 콩 재배 후 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망설이던 농민들에게 희소식이 날라 왔다. 최 고문이 영
월에서 생산되는 콩을 전량 수매하겠다고 발표한 것. 그것도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은 고가에 매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서둘러 농민들은 콩을 재배하
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최 고문은 시장가격의 약 2배에 달하는 Kg당 5750
원에 콩을 전량 수매했다.
그러나 명품이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콩을 생산하는 과정부
터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콩을 심기 전 토양 검사는 물론, 재배의 전 과정을
관리해서 자격이 안 되는 콩은 일일이 걸러낸다. 이 같은 과정을 효율적으
로 관리하기 위해 농산물 이력관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는 농산물의 재
배 유통에 따른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생산자는 보다
더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돼고, 소비자는 보다 더 좋은 품질의 농
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최 고문은 “명품이란 타이틀을 내걸려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
모든 생산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전부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콩 재배인은 모든 기록이 적혀 있는 영농일지를 작성해야만 한다. 이 일지
에는 토종야콩 종자를 신청한 날짜부터 경운기로 깊이갈이를 시작한 날짜,
김매기를 한 날짜 등이 세세하게 적혀 있다. 이렇게 정성을 기울여 생산된
토종야콩이 영월이 자랑하는 명품 된장·간장의 원료로 사용된다.
콩 재배인, 영농일지에 모든 과정 낱낱이 적어야
장의 맛을 내는 데 있어서도 새로운 기법이 도입됐다. 장이 숙성되기 전 청
국장과 함께 버무려서 맛을 내는 것. 이 경우 제조 과정이 다소 번거로워지
지만, 영양은 배가 되고, 맛도 좋아진다. 김 과장은 “숙성 과정에서 토종야콩
으로 빚은 청국장을 집어넣어 몸에 이로운 균과 함께 한 번 더 숙성되기 때
문에 다른 곳의 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2003년 토종야콩 씨앗을 뿌리고, 2004년에 된장·간장을 만들어 본격적으
로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다. 2년의 시간이 걸려 이제 첫 선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이 곳에서 생산되는 된장·간장은 최 고문이 운
영하는 계경목장을 통해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할 계획이다. 하지만 할인점이나 대형 마트
에서는 절대 판매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 고문은 “영월의 된장·간장은 가공
을 비롯한 모든 공정에서 기존 제품의 곱절의 공을 들인 명품”이라며 “값어
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아무 곳에서나 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출 처: 이코노믹리뷰 2006.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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