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이도의 '예술경영' 이끄는 마에다 신조 사장

일본의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와 마에다신조 사장의 경영 철학을 인터뷰한 내용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아름다움'을 세계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고, 상품에 어떤 ‘이미지’ 혹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까 늘 고민하셨으면 합니다.

일본 시세이도의 마에다신조 사장은 시세이도의 저력이 "아름다움과 예술에 대한 고집"에서 비롯됐으며, 시세이도의 정신은 "동양과 서양의 장점을 합하고 '오리지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세이도는 1872년 설립된 서양식 약국이 모체였다. 아버지가 창업한 이 약국을 1915년 화장품 회사로 바꾼 후쿠하라 신조 시세이도 초대 사장은 예술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시세이도의 전통을 만들어냈다. 일본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디자인 부서를 만들고 시세이도의 상징문양인 하나츠바키(사진)를 도안했다. 그 결과 시세이도의 디자이너들은 서양의 아르누보와 동양적인 감성을 결합한 독특한 '시세이도 스타일'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경영책 '브랜드 리더십'에 따르면, 시세이도 스킨케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연상시키는 브랜드 이미지는 화장품 회사로는 이례적으로 '혁신'으로 돼 있다. 아모레 퍼시픽 부사장 출신인 이해선 CJ오쇼핑 사장에게 시세이도의 경영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가끔 부진하다가도, 혁신과 현지화로 성장을 이뤄내는 회사"라고 정리해줬다. 시세이도의 2대 명예회장은 "혁신이 없으면 전통도 없다"며 "혁신을 통해 전통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현장 중심 개혁에 착수했다. 그는 자신의 경영 방침으로 '60% 즉결주의'를 내걸었다. 60%의 확률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40%의 위험이 있어도 바로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상품을 파는 것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100%의 안전성을 추구한다면 상품을 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따라서 60%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망설이지 않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물론 그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시대 조류의 본질을 확실하게 파악해 둬야겠지요."

100개가 넘던 시세이도의 브랜드를 핵심 6개 브랜드로 줄인 결정도 '60% 즉결주의'에서 나왔다. 너무 많은 브랜드는 인건비와 판촉비 부담으로 회사에 짐이 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가 밀어붙인 브랜드 통합의 효과는 확연했다. 핵심 브랜드에 마케팅 비용이 집중되면서 분야별 1위로 올라섰다.

"소비자의 진심을 움직이는 것은 사실 제품의 세세한 기능이 아니라 브랜드에 담긴 신뢰입니다. 실제로 저희는 츠바키(시세이도의 샴푸 브랜드)를 마케팅할 때 예전처럼 샴푸의 기능을 일일이 소비자에게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희는 '일본 여성의 검은 머리는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감성적인 콘셉트만 담았습니다. 그 결과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츠바키는 출시 2주 만에 샴푸·린스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향후 경기가 회복됐을 때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특히 마케팅 비용이나 인건비는 줄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저희가 성장시키고 싶은 부분, 그리고 성장할 여지가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선택과 집중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