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농업대학

2010.11.24 (수) 21:52

톱밥 버섯 재배로 연 4억 매출

지난 19일 오전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있는 ‘한길버섯농원’.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가 지게차를 이용해 산더미처럼 쌓인 톱밥 중 일부를 건물 벽에 연결된 기계로 옮겨 담고 있었다. 이 톱밥은 기계를 통해 건물 안쪽으로 옮겨진 뒤 투명한 비닐봉지에 30㎝ 정도 높이로 담겼다. 이 톱밥 봉지는 표고버섯이 자라게 될 배지다.

지게차에서 내린 청년은 이 농원 대표인 이성희(29)씨. 그는 톱밥 더미를 가리키며 “그냥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발효 중인 톱밥”이라며 “톱밥 버섯 재배의 핵심 기술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길버섯농원’ 이성희 대표가 발효된 톱밥이 담긴 비닐봉지의 무게를 재고 있다. 이 톱밥봉지는 버섯이 자라는 배지로 쓰인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이씨가 버섯 재배에 뛰어든 것은 2003년이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하려던 그에게 아버지가 톱밥 버섯 재배를 소개했다. 대부분 버섯 농가처럼 원목을 이용해 재배하면 수확에 3년이 걸리는데 톱밥 재배는 1년 만에 수확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이씨는 “1년 만에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고 성패를 빨리 알 수 있어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직 20대인데도 성공한 농업인으로 꼽힌다. 3000평 시설에서 한 해 매출 4억5000만원을 올리는데 인건비 등을 빼면 40% 정도가 순수익이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노력한다. 2007년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는 방법 등 마케팅기법을 배웠다. 농업기술센터도 틈나는 대로 찾아다니고 재배기술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등 농업 관련 교육을 가능하면 빠짐없이 받으러 다닌다.

자신이 배우는 만큼 가진 노하우를 나누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국내 버섯 재배 농가 중 톱밥 재배를 하는 곳은 1%에 불과할 만큼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해 공개를 꺼리는 농업인도 많다. 그렇지만 이씨는 그의 노하우를 누구에게나 아낌없이 나눠준다.

석희성 서천군농업기술센터 사회지도과장은 “이씨는 재배 기술도 좋고 농업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기 때문에 센터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대상”이라며 “미래가 더 기대되는 농업 CEO(최고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요즘 관상용 상황버섯 분재를 상품화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버섯은 재배가 어렵고 비싸다. 찾는 사람도 한정돼 있어 이 농장에서도 재배 비중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표고버섯일 정도다. 하지만 집에서 화분처럼 키우면 어린아이들에게는 교육적인 효과도 있고, 나중에 말려서 약재로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농업은 힘들어서 안 된다는 식의 선입견만 없다면 젊은이가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삶에 여유도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서천=우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