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2008년 주류 출고량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소비량은 3만2,947㎘에 달했다. 이 가운데 수입 와인이 2만8,770㎘로 87％를 차지했으며 국내산은 13％(4,177㎘)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내 와인산업은 아직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와인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는 농업인들도 적지 않다. 경북 영주에서 〈주네뜨〉 와인을 생산하는 김향순씨(54)도 그 가운데 한명이다.

“포도즙 만드는 것에서 와인으로 가공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2003년 우연히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소개로 와인을 접했다. 남편 안영식씨(56)와 1998년 사과에서 포도로 작목을 전환한 뒤 농촌여성 일감 갖기 사업의 일환으로 포도즙을 가공해 판매하던 때였다.

“포도즙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10통의 와인을 담가봤는데 색과 맛이 모두 다르더라구요.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교육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했죠.”

김씨는 와인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미생물 공부도 시작했다. 또 와인아카데미에 입학, 1주일에 한번씩 6개월 동안 서울로 수업을 받으러다녔다. 2006년에는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4박5일 교육과정을 5회나 받았다. 또 당시 교육생들과 함께 한국농업대학에 제안, 와인·전통주 심화반을 만들어 1기 수료생이 됐다. 지난해엔 한국벤처농업대학도 졸업했다.

이런 노력 끝에 김씨는 2007년 4월 주류제조 가면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자신의 〈주네뜨〉 와인(영주의 ‘주’와 프랑스어 ‘네뜨(정직한)’를 합성한 말로 영주의 정직한 농산물로 만들었다는 의미)을 출시했다.

김씨는 와인 제조는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매년 9월 말~10월 초에 수확한 포도송이에서 포도를 하나씩 따서 으깬 뒤 발효조에 10~15일 담가놓는다.

껍질과 찌꺼기를 거르고는 다음해 2~3월까지 3번 정도 침전작업을 거친다. 이후 1년여 동안 숙성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맛과 색감을 보완하기 위한 자신만의 비법을 사용한다. 김씨는 최소 1년 6개월 숙성된 2종류의 와인을 생산한다.

지난해 5,000병(570㎖짜리)을 생산해 영주농협 파머스마켓과 인근 인삼요리 한식집, 지인 등에 직접 판매했다. 가격은 1만5,000원 선.

김씨는 〈캠벨〉 품종이 주로 심겨진 1만4,850㎡(4,500평)의 포도밭 이외에 지난해 4,950㎡(1,500평)을 더 확보했다. 그리고 레드와인 계통의 〈메를로〉와 화이트와인 계통의 〈청수〉 품종을 심었다. 좀더 다양한 맛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남편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는 김씨는 “저농약 인증을 받은 고품질 포도를 와인 원료로 사용한다는 것을 꼭 알려달라”며 “집 앞에 소비자들이 시음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054-633-5316, 011-816-5316.

영주=이승인 기자 sile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