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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문화일보] 신농업으로 개방파고 넘는다-21 |
| 글쓴이 |
웹지기 |
날짜 |
2007.09.27 |
조회수 |
18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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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업으로 개방파고 넘는다-21>
김성훈 前농림장관이 본 쿠바의 선진농업
91년부터 범국가적 유기농 운동
쿠바는 지난 90년대초부터 시작한 유기농업 장려정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친환경농업 선진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아직 한국과 외교관계가 공
식적으로 수립돼 있지 않은 쿠바는 한국 언론의 취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
다. 문화일보는 이에따라 지난해 5월과 지난 7월 한국유기농업 민간대표들
과 함께 쿠바를 직접 방문해 ‘유기농업 선진국’ 쿠바를 살펴보고 돌아온 김
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글을 받아 게재한다.
언제부터인가 뇌리에 굳게 박혀있던 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 독
재 공산국가’ 쿠바를 지난해 5월과 지난 7월 찾았다.
우리나라 유기농업 대표자들과 함께 방문한 쿠바의 농업은 실로 신선한 충
격이었다. 우리 지구 인류 사회가 바야흐로 화학적 자원낭비형 관행농법으
로 인해 환경과 문명사회의 지속가능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쿠
바의 유기농업 성공은 한줄기 신선한 서광을 비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대규모 다국적 기업에 의한 세계 농산물 무역시장의 과점화로
지구촌 곳곳의 식량주권이 위협받고 있고, 농촌 지역사회 자연생태계는 붕
괴되고 있다. 과연 위기에 놓인 인류의 생명과 생존권, 그리고 지구촌의 환
경생태계와의 공존공영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친자연적, 친환경적인 인
간의 생활 및 생산 양식은 무엇인가?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쿠바 연수기
간 중 상당부분 풀렸다. 바로 ‘친환경 유기농업’이다. 특히 오늘날 각기 다
른 이유로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 남북한 농업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쿠바
의 성공은 사뭇 교훈적이다.
외부적인 위기에 대처하여 쿠바는 지난 91년 ‘평화시기의 비상사태’를 선포
하고 범국가적으로 유기농업운동을 전개하였다. 동시에 경직된 토지제도
를 풀어 국가 소유 대신에 소규모 가족농 또는 사적 협동농업 체제로 전환
하였다. 그 직접적인 동기는 더 이상 외국으로부터 사료(연간 200만t), 화학
비료(100만t), 화학농약(2만t)을 들여 올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으나, 이
런 사태를 예측했던 쿠바 정권은 오래전부터 유기농업 보급의 기초를 닦고
있었던 듯하다.
쿠바 정권은 현대 화학농법의 사슬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지역자원의 재활
용과 순환농법을 권장하면서 환경생태계도 살리고 증산도 이루는 이른바
21세기형 신유기농 운동을 전개하였다. 에너지와 자원절약을 위해 도회지
의 유휴공지엔 상자형 또는 화단형 농법을 도입하고 전국적으로 지렁이 분
변토와 퇴비로 작물을 재배하며 이랑에만 새 흙을 넣어 당년에 유기농법을
정착시켜 나갔다.
특히 쿠바의 어머니와 여성들을 유기농 운동에 맨 앞장을 서도록 동원하는
가 하면, 심지어 초등학교 이상의 학생들에게는 친자연적 영농체험활동(연
45일)을 학습과정에 반영, 대대적인 환경교육을 펼쳤다. 2004년 현재 쿠바
유기농업 총책임자인 농업부 차관은 여성 몫이고 중앙 유기농업연구소장
도 여성이며 유기농 관련 각종 연구소와 실행기관의 행정요직을 대부분 여
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건강한 아이를 기르는 어머니의 넉넉한 젖줄과 같이 대지(大地) 위의 식량
농업 역시 여성들이 앞장서야 풍요롭고 건강한 국민을 키울 수 있다는 카스
트로 특유의 선동 선전활동의 결과였다.
그리고 전국의 교수, 교사, 연구원들에게 수천년동안 조상 대대로 사용해 왔
던 친환경적 생태농업 기술과 자재를 찾아내어 현대적 생물학적 과학기술
을 접목시켰다. 생산성도 함께 올리는 환경보전형 신유기농기술을 농가에
정착시켰다. 농가들이 써보고 효험이 좋다고 환영하면 신기술개발자에게
는 특별한 상을 내리는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였다.이같은 결과로 쿠바의
식량자급률은 유기농업 운동 시작 이전인 90년의 43% 보다 훨씬 높은
95%(2002년) 수준을 달성하였다. 초기 2년 기간에는 총생산성이 약간 떨
어졌으나 94년을 기점으로 상승하여 97년 이후 오히려 더 높아졌다.
같은 시기에 똑같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북한에서는 시나브로 200여만
명의 생명이 기아로 쓰러진데 비하여, 쿠바에서는 굶어 죽은 사람이 발생하
지 않았다. 또한 육류 위주의 식생활 패턴이 유기농산물 중심으로 바뀜에
따라 국민건강 수준도 현저히 상승했다. 병원 출입 환자 수가 지난 10년 사
이 약 30%가 줄어들고 영아사망률도 크게 낮아졌다. 미국등 서구사회의 고
질적 현대병인 비만증 환자가 쿠바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도 특이한
변화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산림 등 녹색지대 면적이 현저히 늘어나고 도
시환경 생태계가 다시 살아났다. 오늘날 쿠바의 ‘유기농업 실험’은 환경생태
계 보전과 식량증산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사실
을 증명함으로써 ‘인류 미래의 위대한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성훈 중앙대 교수·전 농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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