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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n&Out] 민승규 농식품부 차관 ‘농업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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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
날짜 |
2009.05.15 |
조회수 |
26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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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미래다" 희망 전도사… "비빔밥 세계화 꿈"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포기는 곧 죽음이다" "살아남은 자만이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이게 우리의 주제다" "이기기 위해서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싸움이라도 하는 중일까. 민승규(48)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이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전투용어로 가득했다. 요즘 주말에 농민들을 만나 교육하는 자료라고 했다. 그의 말은 행정가의 언어라기보다는 운동가의 언어에 가까웠다. "처절하게"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몸은 정부 청사에 있지만 말은 금산 폐교에서 농민들을 교육하던 '민 박사' 그대로였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청와대를 거쳐 농식품부로 영입된 40대 차관 민승규는 2000년대 우리 농업의 한 대안으로 자리잡은 '벤처농업'의 창안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충남 금산의 한 폐교를 얻어 시작한 한국벤처농업대학은 올해로 10년째 이어지면서 보석같은 성공사례들을 일궈왔다.
농업경제학자에서 농촌운동가를 거쳐 농식품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의 이야기는 늘 한 가지로 수렴된다. 농업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 믿음은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30대 중반 이후 민승규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민간에서 정부로 자리를 옮긴 민승규의 농업개혁론, 농업희망론을 들어봤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으로 영입됐고, 지난 1월 농식품부 차관이 되셨습니다. 어떻게 정부에 들어오게 된 겁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선거운동에 참여한 것도 아니고 인수위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캠프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마도 농민들이 제 얘기를 많이 하니까 제게 연락이 온 것 같아요. 제가 전국의 농촌을 안 가본 데 없이 다 다녔거든요. 그게 지금도 저의 가장 큰 재산이 되고 있습니다."
민 차관은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주말이면 전국의 농촌을 돌아다녔다. 휴가 때는 1주일 내내 3000㎞씩 차를 몰고 다니면서 농민들과 만났다고 한다. 정부에 들어온 후에도 그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벤처농업대학 수업에 나간다. 농민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찜질방에서 잔다. 그는 "안 가면 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 '감'이야말로 그의 눈이다.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이건 꼭 해야지 하는 게 있습니까?
"한식의 세계화, 식품산업의 세계화를 하고 싶습니다. 시장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식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래야만 농어민의 새로운 소득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농업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식품을 통해서 농업 시장을 키워야 합니다."
-농업 부처에 식품이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맞습니다. 부처 이름이 농식품부로 바뀐 것은 의미가 큽니다. 1998년 제가 당시 농림부 조직 진단을 하면서 식품국을 넣으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반대가 많아서 식품산업과만 만들어지고 말았죠. 사실 농업에 식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는 계속 있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 거죠. '농업은 1차산업에 그칠 게 아니라 2차산업, 3차산업으로 가야 한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지론입니다. 식품은 이번 정부 농업정책의 핵심입니다."
-식품이 과연 농업의 돌파구가 될까요?
"농식품부가 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일단 농민들의 의식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과거엔 농사만 지었지만 앞으로는 식품으로 만들어 파는 농민들이 많아질 겁니다. 콩농사 짓는 농민이 메주나 된장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그게 중요한 변화죠. 또 비농업 쪽에서도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식품은 시장이 크니까 농업에 자본이 들어오게 될 겁니다. 요즘 귀농자 중에는 농촌에 가서 식품사업을 하겠다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어요. '인생 2모작'이란 말이 있는데, 50대 이후 30∼40년을 생각할 때 농촌은 매력적인 공간이 될 겁니다."
-한식 세계화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한식의 상품화, 한식의 산업화를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부가 연구·개발을 담당하려고 합니다. 한식에 문화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일단 비빔밥을 세계적인 문화코드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테이블 세팅과 서빙, 음악 등을 이용해 비빔밥 퍼포먼스를 만드는 중입니다. 칸영화제에서 비빔밥 퍼포먼스를 하는 게 우리의 꿈입니다. 이미 팀을 구성했고 1년 정도 준비기간을 가진 후 선보일 겁니다. 또 과일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과음악, 감귤음악, 이런 거죠. 12가지 과일을 선정해 작곡을 맡겨놓은 상태입니다."
한식 이야기가 나오자 민 차관의 말은 질문형으로 바뀌었다. 꽃에는 꽃말이 있는데 왜 과일에는 과일말이 없느냐, 된장에는 왜 빈티지가 없느냐, 김치에는 소믈리에가 있으면 안 되느냐, 매운맛강국 한국에 왜 매운맛 측정기가 없느냐, 이런 식이다. 떡볶이연구소를 만들고 한식패션쇼를 여는 이가 그다. 어쩌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식 세계화의 실마리가 풀릴지 모르겠다.
-요즘 농식품부의 변화가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장관님께서 주말마다 현장을 방문하신다고 하던데요?
"3월부터 매주 장관님 모시고 농촌을 돌고 있습니다. '방방곡곡 농업스쿨'이란 이름으로 현장 특강을 여는데, 농민들이 교육을 신청하면 우리들이 강사들을 모시고 내려가 강의를 합니다. 지난 주에는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장관님은 가셔서 현장을 도시고, 저는 교육을 진행합니다. 밤이 되면 장관님이 오셔서 농민들과 간담회를 가져요. 잠은 농가에 가서 주무시고. 매주 150명 정도 모이니까 올 연말까지 계속하면 수천 명의 농민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현장에 가면 늘 답이 있어요. 갈 때마다 우리가 책상에서 놀고 있다는 걸 깨닫죠."
-지난해 농협개혁법을 상정한데 이어 올해 농어업인이 주축이 된 농어업선진화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농업개혁 의지를 상징하는 일들로 비치고 있습니다. 선진화위원회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농업이 변하려면 농식품부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농식품부 개혁은 농협 개혁보다 더 힘들 수 있어요. 선진화위원회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해온 농정시스템과 관행들을 점검해 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농업을 망하게 하는 요인이 혹시 행정시스템에 있는 건 아닌가, 그걸 찾아보려고 합니다. 올 연말이면 보고서가 나올 겁니다. 우리가 우리 몸에 메스를 대는 일이라서 적지 않은 저항과 고통이 예상됩니다. 그래도 살아남은 자만이 미래를 얘기할 수 있습니다.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합니다."
-농식품부의 개혁 노력이 꽤 처절해 보입니다. 그래야 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지난해에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있었어요. 그 앞에 AI(조류인플루엔자)가 있었고, 그 뒤에 멜라민 파동, 쌀 직불금 파동 등이 계속 이어졌고요. 지난 1년 내내 농업문제가 이슈가 됐어요. 우리는 농식품부의 오랜 문제가 폭발한 것으로 봅니다. 이번 기회에 농정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쇠고기 파동이 우리에게 많은 자극을 준 게 사실입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민승규 차관은
현장감각과 아이디어를 함께 갖춘 농업경제학자. 동국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일본 도쿄대에서 농업경제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일한 농업 연구자였고, 2000년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설립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으로 발탁됐고, 올 1월 농식품부 제1차관에 임명됐다. 돈 버는 농업, 청소년들이 장래 희망란에 농부라고 쓸 수 있는 농업, 농업 최고경영자 10만명 양병설을 주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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