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농업대학

▲“생각을 바꾸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민 차관은 행정가의 언어가 아니라 행동가의 언어로 때론 나직하면서도 때론 격정적으로 우리 농업의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했다. <장길문 기자>

민승규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을 만난 것은 지난 16일, 5월의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토요일 오후 늦게 였다. 농업경제학자, 농촌운동가이자 벤처농업대학의 창안자, 청와대 비서관을 거친 40대 차관이 보기에 우리 농업은 희망이 있는걸까. 농업 개혁이나 농정 철학보다 궁금한 게 그 부분이었다. 칠백의총 가는 길 왼편 충남 금산농업기술센터 2층에 자리한 한국벤처농업대학. 바깥의 날씨와는 달리, 강의실에선 뜨거운 열기가 넘쳐났다. 환호와 박수가 연신 터졌고 농업인들의 표정마다 열정과 활력이 넘쳤다. 연단에 마이크를 든 민 차관이 있었다. 강의가 끝난 뒤 마주 앉은 민 차관은 쉬지 않고 우리 농업을 이야기했다. 각료라기 보다는 현장의 농업운동가를 떠올리게 하는 열정과 신념이 인상적이었다.
-민 차관은 80학번으로 당시에는 농업경제학과 진학을 꺼리던 시절이었는데요.

▲아버지 별명이 ‘칸트’였어요. 책을 많이 읽어서가 아니라 산책을 유독 많이 하셨어요. 고향인 진주에 갈 때마다 그렇게 논두렁을 함께 걸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논두렁 걷는 게 좋았는데, 그래서 농업 전공을 선택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람은 머리가 좋아야 된다. 머리보다 더 중요한 게 마음이고,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게 손이다. 또 손보다 더 중요한 건 발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어려운 사람을 봤을 때 머리로 어려운 사정을 알고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고요.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사람 입장에 서 봐야 하기에 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 당시에도 농업은 많이 어려웠습니다. 아버지께 그런 얘기를 들어서인지 어려서부터 농업일을 해봐야겠다 생각했지요. 아들이 수험생인데 제 영향을 받아서인가 세계 식량문제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어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