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노트]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라 수많은 사업기회가 보인다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2009.04.25 03:23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

어린아이들은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어른들은 당연히 여기는 것들이라도 천진한 눈으로 보면 새롭고 신기하기 때문이다. "아빠, 하늘은 왜 파래요?" "엄마, 새는 왜 날아 다녀요?"와 같이 순진한 마음에서 나오는 질문을 '순진한 왜'(innocent why)라고 한다.

하버드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에드윈 랜드(Land)라는 사람은 편광(偏光)기술을 이용한 여러 사업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가족과 함께 해변으로 놀러 가서 사진을 찍던 중 어린 딸에게서 "아빠, 사진을 찍으면 왜 금세 볼 수 없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에 대한 대답이 4년 후인 1947년에 발명된 폴라로이드라는 브랜드의 즉석 카메라였다.

이처럼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생각과 행동에 대해 순수한 마음으로 '왜?'라는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일상에서 수많은 사업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

가구를 사려는 고객들은 정확히 원하는 모양과 기능이 아니더라도, 대충 비슷한 것 중에 고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커다란 가구를 배달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다루기도 만만치 않다.

누구나 당연히 여기는 이런 불편함에 대해 '왜 그래야만 하지?'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표준화된 부품을 고객이 직접 골라 쉽게 조립하도록 만들어 성공한 것이 이케아(Ikea)이다.

"컴퓨터 회사들은 '왜' 복잡한 유통망을 통해 컴퓨터를 팔까? 그리고 '왜' 완제품의 재고를 관리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델(Dell)컴퓨터를 만들었다. 델은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사양에 맞춰 부품들을 조립한 다음, 미국 어디든 48시간 내에 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아픈 사람이나 노약자가 먹는 것이지, 멀쩡한 사람의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하다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죽을 사먹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그런데 "죽은 '왜' 환자나 노약자만 먹는가"라는 데 생각이 미친 김철호씨는 소화가 잘되고, 영양이 많으며, 맛도 좋은 죽을, 먹고 싶은 만큼 준다는 개념의 '본죽'을 열었고, 개업 6년 만에 체인 가맹점 1000호를 눈앞에 두고 있다.

통찰력을 자극하는 뜻밖의 질문은 고객에게서도 나온다. 오리온은 후라보노이드 성분과 녹차 추출물을 함유한 기능성 껌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껌의 특징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그때 한 소비자가 "그렇게 좋은 껌이라면, 왜 100원만 받아요"라고 물었다. 그때까지 껌 값은 으레 100원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200원짜리 후라보노 껌은 비싸진 가격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껌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롯데가 독주하던 껌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된다.

'왜'라는 질문을 던질 때 중요한 것은 질문이 고객의 관점에 놓여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왜라는 질문을 기업의 관점에서 하다 보면 자칫 사고(思考)가 분석적으로 되기 쉽다. 가령 백화점에서 '왜 매출이 떨어지지?'라는 기업 중심의 질문에 대해서는 불황이나 비싼 가격, 치열해진 경쟁 등의 핑계가 생각날 뿐이다. 제3자로서의 분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객의 관점에서 '예전에는 백화점에서 사던 물건을 이제는 왜 대형 마트에서 사고 싶을까?'라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디서 팔든지 브랜드 상품은 다 동일하다. 그러므로 백화점을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본다면 경쟁에서의 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현대백화점은 업의 개념을 '상품 판매 기업'이 아니라 '생활 제안 기업(life stylist)'으로 정했다.

상품의 관점에서만 보면 백화점은 사양산업이다. 그런데 생활에 초점을 맞추면 무궁무진한 성장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생활은 계속 발전되고, 향상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활 제안 기업을 '지금보다 향상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관점을 이렇게 바꾸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아이디어들이 샘솟게 되었다. 불리한 입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은 선전(善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왜'라는 질문은 생각을 자극하는 효과 이외에도, 기업의 존재 이유를 파악하는 보다 중요한 역할도 한다.

적절한 질문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생각해 보게끔 유도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주식을 거래할 때 왜 높은 수수료를 주며, 별로 하는 일도 없는 중개인을 통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던지며 일찍이 전화 주문으로 시장을 장악한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인터넷 주문 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인 질문 공세를 벌인다.

"고객 스스로 ATM을 사용하면서 왜 수수료를 내세요?" "은행 한 군데에 돈을 몰아넣는 것이 불안하다면서 왜 뭔가 하지 않으세요?" "노후 생활을 염려하시면서 왜 계획을 안 세우세요?" 광고를 통해 전달된 일련의 질문들은 그렇지 않아도 금융위기로 예민해진 소비자들로 하여금, 찰스 슈왑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질문은 반드시 어떤 답을 구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 휴렛패커드의 칼리 피오리나(Fiorina) 회장의 말처럼, 질문은 스스로 깨닫도록 해주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